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3040이 강남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 (feat.강남 거주민의 인터뷰 대화)

by 운명디코드 2025. 4. 18.

럭셔리 아파트 이미지

 

 

안녕하세요, 두 아이를 키우며 강남에 10년째 살고 있는 43세 주부입니다. 주변을 보면 저처럼 30~40대가 어떻게든 강남에 집을 마련하려 애쓰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오늘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왜 우리 또래가 강남 아파트에 이토록 집착하는지 솔직히 이야기해볼게요.

 

 

 

출퇴근이 편해야 육아도 가능하죠

제 남편은 테헤란로에 있는 IT회사에 다니는데, 10분 거리에 살다 보니 아이들 아침 준비도 도와주고, 급할 땐 점심시간에 잠깐 들어와 택배도 받아줄 수 있어요. 예전에 용산에 살 때는 출퇴근만 2시간씩 잡아먹어서 아이들 얼굴 보기도 힘들더라고요.

강남은 정말 어디로 가든 편리해요. 저는 2호선, 남편은 분당선 타고 출퇴근하고, 시댁은 9호선으로 금방이죠. 아이들 학원 셔틀버스도 집 앞에 다 서고요. 얼마 전에는 큰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서 응급실에 갔는데, 차로 10분 거리에 삼성병원이 있어 정말 든든했어요. GTX까지 생기면 시부모님 계신 일산도 30분이면 간다니, 이런 교통 편리함 포기하긴 어렵죠.

 

 

 

"엄마, 우리 이사가면 전학가야 돼요?" - 아이들 교육 때문이에요

솔직히 말해서, 강남에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 교육 때문이에요. 중학생 딸아이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공부하는데, 같은 선생님 수업을 듣는 아이들 수준이 정말 높아요. 처음엔 '이렇게 어린데 이런 경쟁이 필요할까?' 싶었지만, 아이가 좋은 자극을 받아 성적이 올랐어요.

초등학생 아들은 코딩, 영어, 수학 학원을 모두 걸어서 다녀요. 친구들 엄마들과 카페에 모이면 "어디 선생님이 좋대", "어느 학원이 입결이 좋다더라" 하는 정보도 실시간으로 공유하죠. 사실 여기서 얻는 교육 정보가 아파트 값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런 '학부모 커뮤니티'는 강남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가치예요.

 

 

 

사는 곳이 곧 노후 준비라는 생각

결혼 초에 7억에 샀던 아파트가 지금은 20억이 넘어요. 물론 빚도 많이 냈지만, 정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이렇게 자산이 불어날 순 없었을 거예요. 제 친구는 "강남은 은행이랑 다름없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제가 알던 집들은 2년 만에 3~4억씩 뛰었어요.

요즘은 주변에 20~30억짜리 래미안이나 아이파크가 속속 들어서고 있어요. 지금 우리 집이 재건축 예정인데, 조합원 자격으로 새 아파트로 갈아타면 노후까지 든든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매번 뉴스에서 "강남 규제"를 외치지만, 우리 또래는 "어차피 강남만한 곳은 없다"며 웃어넘기곤 해요.

 

 

 

솔직한 마음: 부의 격차가 커지는 건 저도 마음이 아파요

처음 강남으로 이사올 때만 해도 이렇게 집값이 폭등할 줄은 몰랐어요. 신혼 때 남편과 저는 둘 다 직장을 다니며 부모님 도움까지 받아 간신히 발을 들였는데, 이제 와보니 저희가 타이밍을 잘 탄 '마지막 세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번에 대학 동창회에 갔는데, 대출 끼고 강남에 산다는 제 말에 지방에 사는 친구는 "너희는 그래도 대출 끼고라도 살 수 있지, 나는 꿈도 못 꿀 세상이야"라며 씁쓸하게 웃더라고요. 그 말이 며칠째 제 마음에 남아 있어요.

특히 아이들 학교 일로 더 많이 느껴요. 얼마 전 딸아이 반에서 체험학습비가 15만원이라길래 별 생각 없이 보냈는데, 담임 선생님이 몇몇 아이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못 간다고 하시더라고요. 마침 제가 학부모 대표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니, 강남 안에서도 엄청난 격차가 있더라고요.

아이가 친구들과 놀러간다고 해서 신용카드를 쥐어줬는데, 돌아와서는 "엄마, 우리 친구들은 왜 카드가 없어?"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제야 우리 아이들이 특권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해서 "그건 어른들 사정이 복잡한 거야"라고 얼버무렸죠.

제 막내 동생은 판교에서 전세살이를 하는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누나, 나도 강남으로 이사가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라고 물어봤어요. 전세 4억에서 강남 전세 10억은 턱없이 부족하죠. 동생한테 "그냥 그 동네 학원 잘 알아보면 돼"라고 말했지만, 사실 교육 인프라의 차이는 돈으로 메울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작년에 아들이 영재원에 들어갔는데, 선배 엄마들이 "이 아이 서울대 갈 아이네"라고 하더라고요. 10살 아이 앞에서요. 그때 '이게 정말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경쟁을 강요하는 이 환경이 때론 너무 버겁게 느껴지기도 해요.

한번은 직장 다니는 친구가 "나는 애들 학원비도 벅찬데, 너는 집값에 학원비에 어떻게 감당해?"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사실 저희도 남편 월급의 70%가 대출이자와 관리비로 나가고, 학원비는 제 부업으로 메꾸고 있어요. 그래도 강남에 발 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금수저' 취급을 받을 때면 속내를 다 설명하기도 어렵고...

가끔은 정말 괴리감이 심해요. 아이들 친구 중에는 해외여행을 일 년에 다섯 번씩 가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아이도 있어요. 딸아이가 "엄마, 왜 우리 반 친구는 여름휴가도 못 가?"라고 물었을 때, 사회의 불평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참 난감했어요.

어떤 날은 제가 이런 시스템의 일부가 된 것 같아서 자괴감도 들어요. 특목고 입시 준비한다고 주말에도 학원 보내면서,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돈보다 행복이 중요해"라고 말하는 제 모습이 모순적이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면, 적어도 내 아이만큼은 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 모든 부모가 다 그렇지 않을까요?

그래도 요즘은 가끔 생각해요. 아이들이 크면 이런 불평등한 세상을 어떻게 볼까? 우리가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강남 프리미엄'이 과연 그들에게도 가치 있을까? 저는 단지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을 뿐인데, 결국 이 격차를 더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우리 모두 불안한 미래에 대비해 아이들만큼은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이 비싼 강남 아파트에 매달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선택한 '강남'이라는 무기가, 사실은 우리 모두를 조금씩 지치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요즘 부쩍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어요. 얼마 전 아들이 학교에서 사회불평등에 대한 수업을 듣고 와서는 "엄마, 나중에 커서 모두가 공평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제 선택이 모두 잘못된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떤 환경이든, 결국 중요한 건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관을 심어주느냐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