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키우며 강남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주부입니다. 요새 우리 또래들이 어떻게든 강남에 집 마련하려고 안달인 거 보면 참... 나도 그랬으니 뭐라 할 순 없지만요. 오늘은 솔직하게 우리가 왜 이렇게 강남 아파트에 집착하는지 제 경험담 좀 들려드릴게요.(feat.강남 15년차 주민과의 인터뷰)
강남의 입지성은 정말 최고에요! 회사와 가까워요.
우리 남편이 테헤란로 IT회사 다니는데, 집이 가까우니 아침에 애들 도시락도 싸주고, 급할 때는 점심시간에 잠깐 들어와 택배도 받아줘요. 예전에 용산 살 때는 출퇴근에만 네 시간 쓰니까 애들 얼굴 보기도 힘들더라고요.
강남은 어디로 가든 참 편해요. 나는 2호선, 남편은 분당선 타고 출퇴근하고, 시댁은 9호선으로 금방이에요. 애들 학원 셔틀버스도 다 집 앞에 서고. 얼마 전 큰애가 갑자기 열이 나서 응급실 갔는데, 차로 10분 거리에 삼성병원 있어 든든했어요. 이런 편리함 포기하기 어렵지요.
"엄마, 이사가면 전학가?" - 그래, 솔직히 교육 때문이지요
솔직히 말해서, 강남에 사는 건 역시 애들 교육 때문이에요. 중학생 딸내미가 대치동 학원 다니는데, 거기 애들 수준이 어마어마해요. 처음에는 '이렇게 어린 애들끼리 무슨 경쟁이람...' 싶었는데, 우리 아이도 자극 받아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초등학생 아들은 코딩, 영어, 수학 학원을 다 걸어서 다니죠. 엄마들끼리 카페에서 "어디 선생님이 좋대", "저기는 입결이 좋더라" 하는 정보도 나누고. 이런 정보망이 강남 집값에 포함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다른 데선 이렇게 열정적인 학부모 네트워크 못 만들어요!
집이 곧 노후 준비라는 생각
결혼 초에 7억 주고 산 집이 이젠 20억이 넘어요. 빚도 많이 졌지만, 아무리 벌어도 이렇게는 모을 수 없었을 거예요. 우리 친구 말마따나 "강남은 은행이랑 똑같아". 제가 아는 집들은 2년 만에 서너 억씩 뛰었으니까요.
요즘 주변에 20억, 30억짜리 래미안, 아이파크가 우후죽순 생기는데, 우리 집도 재건축 예정이라 조합원 자격으로 새 아파트 들어가면 노후까지 걱정 없겠다 싶어요. 뉴스에선 맨날 "강남 규제"를 외쳐도, 우리끼린 "어차피 강남만한 데 없지"하며 웃지요.
솔직한 마음,나도 이 격차가 마음 아파요
요즘은 자주 생각해요. 50대가 되고 보니 내가 그동안 쫓아온 것들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하네요. 애들이 크면 이런 불평등한 세상을 어떻게 볼까? 우리가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강남 프리미엄'이 과연 애들에게도 중요할까?
20년 전, 남편과 함께 무리해서 대출 받아 강남 아파트 샀을 때만 해도 확신이 있었어요.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주는 거야' 하고 스스로를 위로했죠. 단지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이 격차를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닐지... 요즘은 그런 생각이 자꾸 들어요.
어제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옆집 김 여사를 만났는데, 자기 아들이 SKY 대학 합격했다고 자랑하더라고요. 축하해주긴 했지만,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우리 모두 이런 경쟁 속에 살고 있구나 싶었어요. 어쩌면 우리 모두 불안한 미래에 대비해 아이들만큼은 지켜주고 싶어서, 이 비싼 강남 아파트에 매달리는지도 모르겠네요.
'강남'이라는 시작점이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라 믿었는데, 사실은 우리 모두를 지치게 만드는 건 아닌지... 요즘 자주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학원비, 과외비, 아파트 관리비까지... 매달 나가는 돈을 계산할 때마다 한숨이 나오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얼마 전 우리 아들이 학교에서 사회불평등 수업 듣고 와서는 "엄마, 나중에 커서 모두가 공평한 세상 만들고 싶어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 가슴이 찡했어요. 내가 그토록 중요하게 여겼던 '강남'이란 프리미엄보다, 아이의 마음속에 자라난 공정함과 따뜻함이 더 값진 게 아닐까 싶었죠.
그 말 들어보니 나의 선택이 꼭 잘못된 건 아니란 생각도 들었어요. 어떤 환경이든, 결국 중요한 건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관을 심어주느냐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드네요.
남편은 아직도 "우리 아파트 값 더 오를 거야"라며 부동산 앱을 들여다보지만, 저는 요즘 다른 생각을 해요.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지, 그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남에 살든 강북에 살든, 결국 내 아이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준다면... 그게 진짜 성공 아닐까요?
오늘도 저녁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네요. 아, 시간 보니 벌써 아이들 학원 데리러 갈 시간이네. 이런 고민 속에서도 일상은 계속되니까요.